본 논문은 로메어 비어든의 작업 세계에서 전환점이 된 포토몽타주 연작 《투사》(1964)에 주목하여, 파편화된 이미지의 병치를 통해 그가 흑인의 정체성을 시각화한 과정을 고찰한다. 할렘 르네상스의 문화적 유산과 흑인 주체성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한 그의 시도는, 뉴욕 미술계의 제도적 배제와 흑인 인권운동의 격화 속에서 흑인으로서의 경험을 새로운 시각 언어로 재구성하려는 필요성에서 비롯되었다. 본래 비어든이 주도한 스파이럴 그룹의 협업 제안으로 시작된 포토몽타주는 공동체의 기억과 경험을 시각화하려는 실험에서 출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발표된 《투사》 연작은 다양한 미술사적 전거와 대중매체 이미지를 분절하고 재조합함으로써 고정된 흑인 정체성의 개념을 해체하고,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기억, 일상과 신화가 교차하는 공간을 구성하였다. 본 논문은 연작 속 서구 미술사의 전유,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적 맥락, 해프닝이 난무하는 일상의 편린, 재즈와 공명하는 리듬과 응시의 전략을 되짚으며, 비어든이 포토몽타주를 통해 어떻게 관람자의 개입을 유도하고 필연적 모호성을 내포한 의미화의 장을 형성했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 남부 문화의 영적 치유자이자 대이동(Great Migration)이 촉발한 디아스포라적 인물로, 비어든의 실제 이웃에서 영감을 받은 ‘컨주어 우먼’의 도상에 주목하여, 그가 역사화와 탈역사화, 동일시와 거부의 긴장을 통해 흑인 주체의 재현 가능성을 어떻게 확장했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비어든이 고정된 재현의 틀을 해체하면서, 역사 속에서 다층적이고 경합적인 장으로 작동해 온 흑인성을 수행적으로 재현한 방식을 규명하고자 한다.
Joon Hye Park (Fri,)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