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한국힙합의 ‘언더그라운드’ 형성기를 외래 장르의 수용과 한국적 정체성의 모색이 교차한 ‘개척주의’의 시기로 규정한다. 이 시기에는 미국 힙합의 정통성을 구성해 온 주변성•독창성의 이념이 한국적 현실 속에서 번역 및 재해석되며, 새로운 문화적 실천의 기준으로 제시되었다. 초기 창작자들은 스스로를 외래 문화를 전파하는 존재이자 동시에 한국적인 고유성을 수호하는 존재로 상정하며, ‘진짜’와 ‘가짜’ 힙합을 둘러싼 정통성 담론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였다. 이러한 ‘언더그라운드적 정신성’에 기반한 개척주의 운동은 주류 문화에 대한 반발과 비판을 동반한 대항문화적 기획이자, 새로운 표현 양식을 탐색하려는 실험적 태도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그들 내부에서는 기술적 완성도와 언어적 정교함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며, 그 정통성의 기준이 주변성의 감각에서 점차 ‘실력’ 중심의 규범으로 이동하였다. 이는 장르 내부의 위계를 재편하는 한편, 경쟁과 배제의 구조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이후 힙합이 대중적 플랫폼을 통해 주류 문화에 편입되면서, 언더그라운드의 이념적 기반은 점차 침잠하였고, 초창기 개척주의가 지녔던 대항문화적 가능성은 상업적 맥락 속에서 재배치되었다. 이 글은 이러한 변화의 궤적을 추적함으로써 ‘언더그라운드’라는 이름이 한국힙합 정체성 형성에서 미친 영향을 검토하고, 그 문화사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Chang-hoon Jeong (Sat,)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