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10년대와 1920년대의 대표적 기행문인 이광수와 안재홍의 글을 비교하여 식민지기 지식인의 공간 인식과 장소 형상화 방식의 변천 과정을 문학지리학적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두 기행문은 모두 영호남 일대를 유사한 동선으로 답사하고 남긴 기록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무단통치기와 문화통치기라는 집필 시기의 시차, 『매일신보』와 『조선일보』라는 매체 환경의 차이, 그리고 작가의 사상적 지향 차이로 인해 공간을 인식하고 서술하는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본 연구는 이광수가 쓴 기행문을 근대화와 계몽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방문 지역을 ‘진단과 설계’의 대상으로 형상화하는 ‘이상적–계몽적’ 기행문으로, 안재홍의 기행문을 역사적 기억과 민족 정체성을 복원하려는 ‘실제적–역사적’ 기행문으로 잠정 유형화하였다. 분석 결과, 이광수의 글에서의 장소는 교육·산업·교통·재정 등 발전 지표를 중심으로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이상적인 근대 조선의 미래상과의 거리에 따라 의미가 부여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반해 안재홍의 기행문에서의 장소는 진주성, 남원성, 한산도, 통영, 충렬사, 만인총 등 전쟁과 충절의 역사가 담긴 현장에서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역사적 텍스트로 재구성되며 민족사의 비통과 자긍심을 환기하는 ‘기억의 장’으로 형상화된다. 문체와 어휘, 대화와 언어 재현 방식에서도, 이광수는 근대적 개념어와 관료와의 문답을 활용해 계몽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반면, 안재홍은 고전 인용․역사 지리학적 설명과 더불어 방언·구어·구체적 수치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장소의 역사성과 생활성을 동시에 부각한다. 다만 두 유형은 절대적 이분법이 아니라 지배적 경향을 가리키는 분석틀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광수의 기행문 내부에는 향토 정조와 전통 문화에 대한 애정, 식민지 현실에 대한 비판이 공존하며, 안재홍의 기행문 안에는 수산·공업·철도·산미증식·수리조합 등을 둘러싼 발전론적 진단이 드러나 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두 기행문이 근대적 발전론과 민족적 기억론이라는 서로 다른 중심축을 지니면서도, 식민지 근대의 모순적 상황에 따른 인식적 혼종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는 한국 근대 기행수필이 단순한 유람기가 아니라 식민지기 국토 인식을 재구성하고 근대적 장소성을 구축하는 담론적 실천의 장이었음을 시사한다.
Yu-mi Bang (Thu,) studied this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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