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복잡성, 자율성, 불투명성으로 인해 전통적인 과실책임 원칙에 대해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과거의 기계가 인간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는 도구에 불과했다면, 인공지능 시스템은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 불가능한 결정을 내리는 특성을 띤다. 이러한 특성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주의의무 위반을 입증해야 하는 전통적 불법행위법 체계 하에서 증명의 공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던져준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응하여 2024년 제조물책임 지침을 개정하여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제품’의 범주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킴으로써,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인한 침해를 개별 운영자의 단순한 과실 문제로 보는데서 탈피하고 인공지능 시스템의 결함 문제로 파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와는 별도로 유럽연합은 제조물책임 지침으로 처리되지 않는 책임문제에 대응하여 통일적인 민사책임법 체계(AILD)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으나 회원각국의 의견조율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철회된 상태이다. AILD의 추진이 성공할 것인지 여부는 추가적인 추이를 보아야 하겠지만 이 논문에서는 유럽의 각국중에서도 프랑스에서의 시각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즉, 프랑스는 통일적인 인공지능 책임법을 신설하기보다는, 민법 제1240조(과실책임)와 제1242조 제1항(물건의 보관자 책임)이라는 민법이 가지고 있는 도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점은 이미 이들과 유사한 법률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법의 해석론을 정립하는데 있어서도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즉, 프랑스에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법인격을 가진다는 이론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크다. 이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의인화하기보다 인공지능 설계자나 운영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법적 안정성에 부합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의사가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인공지능 시스템이 내놓은 결과물은 의사의 지적 판단을 거쳐야만 ‘의료행위’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의사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오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이는 여전히 수단채무의 영역에서 전문가의 주의의무로 다루어져야 한다. 둘째, 물건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인한 책임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프랑스 판례법이 정립한 ‘구조의 관리(garde de la structure)’와 ‘행위의 관리(garde du comportement)’ 구분론을 인공지능 시스템에 적용하면, 인공지능 시스템의 운영자와 인공지능 시스템의 설계자들 모두 책임을 지우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해진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자율 학습으로 인해 인공지능 시스템 운영자의 통제를 벗어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인공지능 시스템 내부의 ‘구조적 결함’으로 보아 인공지능 시스템 제조자에게 보관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을 프랑스민법의 물건의 행위로 인한 책임의 논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결론이다. 유럽연합에서 AILD가 철회되고 각국의 자율적 대응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프랑스민법의 해석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의 법적 논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무형의 소프트웨어라는 점을 고려하여 민법 제1242조의 ‘물건’ 개념을 확장하거나 개정안에 명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현실화될 것인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이제, 유럽연합, 특히 프랑스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인한 침해에 대한 민사책임문제는 제조물책임 지침을 각 국의 입법으로 현실화시키는 것과, AILD가 추가로 진행될 것인지, 물건의 행위로 인한 책임에 인공지능 시스템이 명문화될 것인지를 살펴보는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민법상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인한 침해에 대한 민사책임법을 현실화 하는 작업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유럽연합과 프랑스의 이론의 추이를 살펴봄으로써 인공지능 시스템의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자구제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Sang heon Lee (Mon,)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