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국제사회에서 해저케이블은 국가 간 통신과 금융, 정보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의 95% 이상이 해저 광섬유 케이블망을 통해 전송되고 있어, 해저케이블의 안정적 운용은 특정 국가의 이익을 넘어 전 인류의 공동 번영과 직결되는 국제 공공재적 성격을 띤다. 이에 유엔해양법협약은 제58조, 제79조, 제87조 등을 통해 영해를 제외한 배타적경제수역과 대륙붕, 공해에서 모든 국가가 해저케이블을 부설할 수 있는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폴란드 등 일부 연안국들은 해저케이블 부설에 대해 사실상의 허가제인 ‘사전승인’이나 ‘경로 획정 동의’를 요구하는 입법 관행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싱가포르-일본 간 SJC2 케이블 프로젝트 지연 사례에서 보듯, 국제 통신망 구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며 협약이 의도한 ‘연안국의 권한’과 ‘부설국의 자유’ 간의 균형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 이에 본 논문은 해저케이블 부설 자유의 법적 성격과 연안국 권한의 한계를 규명하고, 상충하는 권리를 조화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였다. 연구의 주요 내용과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선, 유엔해양법협약의 문언과 입법 연혁을 분석한 결과, 배타적경제수역과 대륙 붕에서 해저케이블 부설 자유는 연안국의 명시적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권리임을 확인하였다. 해저케이블에 대한 연안국의 관할권은 대륙붕 탐사・자원개발 및 파이프라인 오염 방지라는 특정 목적을 위한 ‘합리적 조치(reasonable measures)’에 한정되며, 이 경우에도 부설 자체를 방해해서는 안된다. 이를 넘어선 규제에 대한 국제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다음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폴란드 등 일부 연안국이 국내법을 통해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에서 타국의 케이블 부설과 경로 설정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하는 것은 유엔해양법협약 제79조가 보장하는 해저케이블 부설의 자유와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사전 승인 또는 경로 동의 요구는 해저케이블 부설 자유의 행사 방식에 일정한 제약을 가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제79조 제3항이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만 경로 동의를 요구하고 ‘케이블’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케이블 경로에 대한 동의 요구는 해양법협약의 문언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나아가, 본 연구는 일방적 규제와 무제한적 자유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차고스 중재판정에서 확인된 ‘적절한 고려(due regard)’ 의무의 법리를 적용한 ‘절차적 협력 모델’을 제안하였다. 이는 현재의 ‘사전승인제’를 ‘사전통보(prior notification) 및 시한부 협의(time-bound consultation)’ 절차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모델은 연안국에게 자국 수역 내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정당한 우려를 제기할 기회를 보장하는 동시에, 부설국에게는 부당한 지연 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잡힌 해법이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해저케이블을 개별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 확대의 대상이 아닌 보호해야 할 국제 인프라로 인식해야 함을 강조한다. 연안국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국내법을 정비하고, 부설국은 성실한 협의를 통해 연안국의 이익을 존중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러한 제도화된 협력만이 해저케이블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국제 통신 질서를 확립하는 길이다.
Min Soo Kim (Wed,)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