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 중기의 문신 睡隱 姜沆(1567~1618)의 글씨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그의 필적으로는 〈從吾所好〉, 『看羊錄』 그리고 유학서 발문 등이 있다. 전하는 글씨가 많지는 않지만, 거기에는 전서를 제외한 사체가 있어 강항 글씨의 특징을 살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본에서 귀국한 후 17세기 초에 예서로 쓴 〈종오소호〉는 서한 예서의 특징인 파책이 절제된 필법이 사용되었다. 16세기 말 일본에서 조선 임금에게 올린 『간양록』 「적중봉소」의 해서와 行氣가 가미된 『간양록』 「섭란사적」의 해서는 向勢와 圓轉으로 쓰여 유려하면서 풍성하다. 비슷한 시기에 쓴 유학서 발문들은 單體의 차분함과 連綿體의 변화무쌍함이 혼용된 행초서로 쓰였다. 각 서체는 모두 당시 서풍과는 달라 강항 글씨의 독특함을 잘 보여 준다. 강항은 당시 대세였던 석봉풍의 정연한 중기 서예 사조를 따를 법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서체에서 성리학자들이 취한 중기 서풍과는 다른, 미감을 더한 자신만의 독창적 글씨를 구사했으니 이것을 바로 ‘睡隱風’이다. 강항은 귀국 후 은자의 삶을 살면서 후진 양성에만 힘썼다. ‘종오소호’의 의미처럼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영위한 것이다. 그의 글씨도 그의 삶처럼 당대의 서예 사조와는 무관하여 당시 성리학자들의 경직된 서풍과는 달리 유창하면서도 강건하다. ‘석봉풍’의 경직됨과 대비되는 ‘수은풍’의 유창함 그리고 예술미가 가미된 강항의 글씨는 조선 중기 서예사의 또 다른 축이라 할 수 있다.
Hyun-sook Jung (Wed,)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