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익명’이라는 역설적 기표가 던지는 정치-인식론적 함의를 탐구한다. 익명은 한편으로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가리며 주변화와 망각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명명 체계와 재현 질서를 교란해 새로운 가능성의 장을 열어젖히는 전복적 힘으로 작동한다. 이 연구는 그러한 역설적 형상화의 간극과 중첩에 주목해, “익명”이라는 타자성의 운동이 자신이 속했던 동일성(국가성)의 틀로부터 어떻게 분출해 나오게 됐는지 살핀다. 익명적인 연결들의 확장과 반익명적 돌출(‘룰즈섹’)의 변형을 둘러싼 상황-지식-사건의 얽힘을 민족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익명-되기가 단순한 신분은폐가 아니라 동일성과 타자성의 틀을 내적으로 분절시키며 대안적 정치공간을 생성하는 개입임을 논증한다. ‘익명-운동’과 ‘익명-해킹’의 실천적 결합은 근대국가의 지식/권력 장치를 무력화하는 ‘익명-장소들’을 창출하며, 국가적 메타구조에 고정되지 않는 다자적 주체성의 존재론을 드러낸다. 이로부터 제약/분출, 구속/자율의 긴장 속에 다중의 반/역(反/逆)형상이(광대, 이방인-왕, 인민/국민 등) 교차하는 변증법적 벡터를 증언하고, 대표·조직 없는 정치로서 익명의 시학과 정치학이 오늘날 정치인류학적 사유의 전환점이 됨을 제안한다.
Gilho LEE (Wed,)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