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질서의 혼란이 국제법의 위기라는 언어로 자주 서술되는 현상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러한 위기진단이 어떠한 분석 구조에 의해 형성되어 왔는지를 재검토한다. 특히 국제법의 작동을 규범 준수(compliance) 실패와 집행(enforcement) 부재의 문제로 환원하는 지배적 담론이 오늘날 혼란의 질적 특수성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논증한다. 국제법은 역사적으로 반복적인 위반과 제도적 마비를 경험해 왔으며, 그럼에도 규범적 실천으로 존속해 왔다. 이는 국제법이 단지 강제 가능한 규칙체계로서가 아니라, 행위자들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타자의 행위를 비판하는 공적 언어로 기능해 왔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국제법 위기를 국제법의 부재나 소멸, 혹은 단정적 “붕괴”로 설명하기보다, 국제법이 공적 언어로 기능하기 위한 조건이 약화·균열·가속화되는 과정으로 재개념화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국제법 해석 공동체를 특정한 조직이나 전문가 집단으로 한정하지 않고, 국제법적 주장들이 동일한 논증의 장에서 의미 있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 조건들의 결합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조건은 (1) 국제법적 주장들이 자의적 수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공통 기준(shared standards)과 (2) 국제법의 언어로 정당화할 때 행위자가 부담하게 되는 정당화 책임(responsibility of justification)이다. 본 논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제법적 정당화 경쟁의 변형이 전면화된 출발점으로 분석하고, 전쟁의 장기화와 국제정치적 비용의 누적 속에서 국제법적 주장과 비난의 장이 점차 분절되는 과정을 검토한다. 나아가 2025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는 이러한 변형이 안보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국제경제질서, 영토·주권, 강경 조치 구상, 대이란 정책 등으로 확산되며 더욱 가속화되는 국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즉, 본 논문에서 2025년 이후의 흐름은 2022년 전쟁과 분절된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국제법적 정당화의 조건이 약화되는 동일한 동학이 자유진영 내부의 균열과 국제경제질서의 긴장 속에서 심화·확장되는 연속적 과정으로 위치 지워진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국제질서의 혼란은 국제법 규범의 소멸에서 비롯된다기보다, 국제법이 공적 기준으로 의미를 생산하고 갈등을 규범적으로 조직해왔던 해석 공동체의 기반이 약화되면서 구조적으로 증폭된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관점이 국제법 위기 담론을 보다 정밀하게 재구성하고, 국제법의 규범적 기능 변형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함의를 제공함을 제시한다.
Jung-won Park (Sun,) studied this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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