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에 한반도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원불교는 당시를 ‘물질개벽’ 시대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신개벽’의 처방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오늘날의 물질개벽은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라는 새로운 문제 상황을 낳았고, 학계에서는 기후변화 시대를 ‘인류세’로 명명하고 있다. 인류세는 물질이 개벽될 수 있는 조건으로 먼저 ‘지구’가 있다는 사실을 인류에게 자각시켜 주었다. 물질은 지구라는 조건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개벽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지구라는 한계 안에서 물질을 개벽시켜야 한다. 이것이 인류세의 정신개벽의 과제이다. 이러한 새로운 과제 상황에 대한 철학적 대응의 일환으로 동아시아의 응물론을 들 수 있다.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은 성냥을 훔친 도둑에 대해서 “그가 순간적으로 성냥의 권위에 대한 경외심을 잃었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소태산이 자본주의적인 ‘소유’ 관계를 중심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성냥과 같은 사물에게도 ‘권위’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제인 베넷의 개념을 빌리면 성냥은 나름의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태산의 철학은 한편으로는 동아시아의 응물론 전통을 잇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철학의 신유물론과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소태산은 인간이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천지 만물에 대한 경외심을 회복하게 되고, 인간과 만물의 관계를 “강자와 약자의 약탈 관계”에서 “서로에게 은혜로운 공생 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태도의 전환이야말로 원불교가 인류세 시대에 던지는 개벽의 메시지일 것이다.
Cho et al. (Sun,)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