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50년대 전후 형성된 대전 화단을 대상으로, 지역 미술이 어떠한 구조적 조건과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정착되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기존의 지역 미술사 서술이 개별 작가의 양식적 분석이나 단편적인 사건의 나열에 치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본고는 교육·창작·제도가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미술 생태계(Art Ecosystem)’의 관점에서 대전 화단의 자생적 작동 메커니즘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서양화가 이동훈(1903–1984)을 지역 미술 생태계의 핵심적인 매개 사례로 설정하고, 그가 작가·교육자·조직자로서 수행한 다층적 역할을 피에르 부르디외의 ‘장(Field)’ 이론을 토대로 고찰하였다. 광복 직후 대전의 미술 환경은 전문 작가층과 전시 인프라가 극히 척박한 상태였으나, 신교육을 이수한 중등학교 미술 교사 집단을 중심으로 그 토대를 마련하였다. 1945년 결성된 ‘미술협회’와 1953년 재건된 ‘충남미술협회’는 교육자적 정체성을 지닌 작가들을 공적 제도로 결합하는 실질적인 구심점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대전 화단은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보편적인 지역 미술 체제로 안착하였다. 특히 이동훈은 지속적인 관전(官展) 참여를 통해 미학적 자본을 축적하는 한편, 교육 현장에서 후속세대를 양성하고 전시 운영 전반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지역 미술 생태계의 가동을 견인하였다. 비제도권적 수학 과정을 통해 형성된 그의 자율적인 태도는 중앙 제도에 대한 일방적 수용이나 거부가 아닌, 지역적 필요에 따른 ‘선택적 활용과 조정’이라는 독자적인 매개 모델로 발현되었다. 결론적으로 대전 화단은 이동훈을 포함한 미술 교사 집단이 주도한 교육 현장, 전람회, 미술 단체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축적되며 자생적인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본 연구는 대전 미술사가 단순히 중앙의 제도를 이식받은 주변적 결과물이 아니라, 교육 현장을 거점으로 작가와 제도가 밀착되어 형성된 독자적 생태계임을 논증하였다. 본고가 제시한 생태계적 분석 틀은 향후 지역 미술사를 개별 작가 중심의 서술에서 탈피시켜 관계 구조와 제도적 맥락 속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재검토하는 유효한 방법론적 준거(準據)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Misuk Song (Sat,)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