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디지털 기술을 비물질적 정보 흐름이 아닌 지구적 자원에서 추출된 물질적 실체로 재해석하는 동시대 미디어 작가인 랄프 베커와 마틴 하우스의 예술적 실천이 제시하는 성찰적인 가능성을 살펴본다. 앨런 튜링과 클로드 섀넌의 추상적 형식 모델은 하드웨어의 물리적 가변성을 ‘노이즈’로 소거하며 미디어의 물질적 기질을 이론적으로 은폐한다. 이에 대하여 본 논문은 지크프리트 질린스키의 ‘심원한 시간’과 유시 파리카의 ‘미디어의 지질학’을 접목한 ‘지질학적 미디어 고고학’에 기초하여 미디어의 물질성을 재고하고자 한다. 즉, 미디어를 단순한 기술적 장치가 아닌 광물에서 장치를 거쳐 폐기물로 이어지는 물질의 연속선 위에서 일어나는 지질학적 변형 과정으로 이해한다. 이는 미디어 역사를 단선적인 기술 진보의 서사가 아니라, 연산 장치의 미시적 시간과 이를 지탱하는 지구 물질의 심원한 시간이 중첩된 퇴적층으로 파악하려는 시도이다. 본 논문은 이처럼 상이한 시간성이 교차하는 지점으로서 미디어를 조명하며, 베커와 하우스의 작업을 미디어의 내부와 외부를 다루는 독자적인 예술적 실천으로서 고찰한다. 베커는 기계 내부로 침투하여 결정체의 미시적 시간과 물리적 휘발성을 가시화함으로써 디지털 연산이 논리에 저항하는 물질의 과정임을 드러낸다. 반면, 하우스는 토양의 전류 및 광물의 순환과 같은 지질학적 환경과 미디어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광물에서 폐기물로 이어지는 지질학적 순환의 과정 안에서 미디어를 드러낸다. 궁극적으로 이들의 작업은 디지털 미디어를 추상적인 네트워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구체적인 지층의 문제로 환원시켜 미디어와 기술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제시한다.
Kim et al. (Fri,)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