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조선 후기의 강원지역 실경산수화를 이동성(mobility)의 관점에서 고찰한 것으로, 정선과 정선파, 비정선파, 김홍도와 김홍도파로 구성된 18–19세기 한국화가가 그린 금강산도와 관동명승도가 동유(東遊)의 ‘체험’과 와유(臥遊)의 ‘감상’을 매개로 도시민 문화향유의 내용과 형식을 확장해준 다층적인 이동성의 시각 매체로 기능했음을 논하였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강원지역 실경산수화의 화제(畫題)와 도상(圖像)을 분석해 다음의 네 가지 층위의 이동성을 구별해내었다. 첫번째는 동유의 공간이동(spatial mobility)이다. 실제 금강산 유람에 기반한 화가·후원자의 이동과 그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특히 정선의 경우 후원자의 주문과 동행 여부는 장면 구성과 화제에 결정적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유람 경험이 화본으로 만들어져 화고에 축적되었던 것은 비유람자의 금강산 유람, 즉 와유의 정신이동(imaginative mobility)의 기반이 되는데, 일부 화가는 이 화본·화고를 감각적으로 활용하고 다른 화가와 합작해서 도시민 대상 감상물을 제작하였다. 셋째,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명소 재현과 결합한 화제·도상과 함께, 특정 도상의 반복과 변형에서 연대기적인 시각적 계보가 확인되는 것은 시간이동(temporal mobility)을 논할 근거로, 와유의 또 다른 국면이다. 특히 정선 화풍의 3단계 변화는 고성의 문암을 그린 화면의 화제·도상, 총석정도·삼일포도의 도상에 대한 분석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정선파의 영향이 비정선파, 김홍도파에로까지 미치고 있었음을 전해준다. 넷째, 제작 맥락을 벗어나 김광국, 김한태 등 중인 수장가·후원자의 수중에서 와유물로 기능했던 정선, 심사정, 김홍도의 작품은 사회이동성(social mobility)을 논할 단서로, 회화작품의 사회적 유통 흐름과 맞물려 있던 화가의 지위 및 정체성 변화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처럼 이동성에 입각해 금강산도와 관동명승도의 화제와 도상을 분석해 보면, 조선 후기 실경산수화는 단순한 경관 재현에 그치지 않고, 유람의 기록이자 감각적인 기억과 감상의 매개체로서, 공간·시간·계보·계층을 횡단하는 복합적인 문화기호로 기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Hyo-eun Park (Wed,)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