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자연법 윤리학은 가톨릭 전통에서 이탈하는 이른바 ‘(신학적) 존재론 없는 윤리학’이라 할 수 있다. 근대 자연법 윤리학의 선구자로 그로티우스가 거론되고 또 비형이상학적 자연법의 전형적 모델로 홉스의 자연적 욕구이론이 거론되지만, 근대 자연법 윤리학의 가장 독창적 사상가는 푸펜도르프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를 그의 주저 『자연법과 만민법』의 1권 1장에서 개진되는 ‘도덕적 존재태’(entia moralia) 이론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여기서 푸펜도르프는 자연적 혹은 물리적 존재태로부터 도덕적 존재태를 근본적으로 구별하는 이론적 전제를 놓음으로써 도덕과 법을 포함하는 모든 인위적 가치가 물리적 실재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로써 그는 자연에 대한 지성적 인식과 조화를 이루는 그로티우스의 자연법론과도 다르고, 동물로서의 인간의 자연적 욕구와 충동에 기초한 홉스의 자연법론과도 다른 독특한 자연법론을 발전시킨다. 이 글에서는 푸펜도르프의 사상이 기존의 서유럽 근대 윤리학사의 영역에서 거의 도외시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푸펜도르프의 사상 일반과 역사적 맥락의 조망과 더불어, 그의 자연법론의 사상적 기초가 되는 도덕적 존재태 이론을 고찰하려 한다. 이러한 고찰은 푸펜도르프의 자연법 이론이 비신학적·세속적·근대적 의지주의 윤리학 모델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며, 또한 자연과 도덕의 구별, 그리고 의지의 입법을 통한 규범성의 정초라는 측면에서 칸트 윤리학의 선구적 계기로 평가될 수 있음을 밝힌다.
Chang-hwan Oh (Sat,)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