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레프 도진 연출의 을 공간 해석을 중심으로 분석함으로써, 입센의 고전 텍스트가 21세기 러시아 무대에서 어떻게 동시대적 의미를 획득하는지 탐구하였다. 도진의 공간 연출이 지닌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입센이 원작에서 구축한 다층적 공간 구조를 극도로 미니멀한 장치로 압축하면서도, 오히려 그 상징적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1막의 커튼 막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진실과 위선, 내면과 외면 사이의 심리적 경계를 가시화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커튼이 열리고 닫히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도진은 진실의 발화와 은폐라는 극의 핵심 주제를 공간적 언어로 구현했다. 2막에서 도진이 보여준 모노드라마적 구성은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연극 이론을 21세기 정치극의 맥락으로 재맥락화한 연출적 성취였다. 관객을 무대 위 인물의 ‘내적 1인칭’으로 전환시킴으로써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목표로 한 예브레이노프의 모노드라마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진은, 원작의 복잡한 집회 장면을 스토크만과 관객의 일대일 대면으로 환원함으로써 관객 스스로가 ‘단결된 다수’의 일부일 수 있음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유리가 깨진 창문틀이 창살로 변모하는 2막 후반부의 공간전환은 도진이 МДТ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고립의 공간 미학이 정제된 형태로 나타난 장면이었다. 보호의 공간이 감금의 공간으로, 투명성의 상징이 불투명한 장벽으로 의미가 반전되는 이 순간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배제’의 메커니즘을 가시화한 것이다. 이러한 공간 연출은 모두 입센 원작이 지닌 공간의 상징성을 도진 자신의 연출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입센이 부르주아 거실의 폐쇄성을 통해 사회적 위선을 폭로했다면, 도진은 커튼, 의자, 창문이라는 최소한의 장치를 통해 심리적 경계, 윤리적 선택, 사회적 고립이라는 추상적 개념들을 구체적인 공간적 경험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도진이 입센극을 '공간적 사유극(spatial thinking drama)'으로 재구성한 독창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본 연구는 도진의 을 공간 해석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함으로써, 연극에서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의미 생성의 핵심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입센극에서 공간이 지닌 심리적·사회적 상징성과 도진이 МДТ에서 발전시켜 온 공간 미학이 만나는 접점을 포착함으로써, 고전 텍스트의 현대적 재해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구체적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Juyeon Kim (Wed,)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