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베네치아 정부는 병든 빈민을 감염원으로 간주하여 도시 밖으로 격리하는 정책을 강화했고, 흑사병 수호성인을 모신 산 로코 스쿠올라 그란데 역시 본래의 자선 사명보다 건축적 화려함과 귀족적 위신을 추구하며 선별적 구호에만 그치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본 연구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틴토레토의 1549년 작 〈흑사병 환자를 치유하는 성 로코〉에 나타난 빈민 재현의 특징을 분석한다. 틴토레토는 티치아노나 베로네세와 달리 사회적 기피 대상인 흑사병에 걸린 빈민들을 화면의 중심부에 배치했다. 작가는 미켈란젤로의 〈낮〉과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 같은 고전적 형식을 부은 림프절과 일그러진 사지를 지닌 빈민의 육체에 적용했으며, 이를 통해 병든 빈민에게도 고전적 미가 부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신체 형식을 흑사병의 병리적 증상과 결합하는 도상학적 실험은 성스러운 형상이 사회적으로 배제된 빈민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됨을 시각화하는 방식이었다. 격리소에서 환자를 돌보던 하층민 여성들은 성 로코와 동등한 치유의 조력자로 묘사되었으며, 라파엘로의 〈보르고의 화재〉에서 차용한 영웅적 형식을 간병 행위에 적용하여 계급과 성별에 의한 소외를 극복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틴토레토의 빈민 도상은 당대 베네치아의 배타적 빈곤 정책과 산 로코 스쿠올라의 제도적 모순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병든 빈민의 육체를 자선의 실천 안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트렌토 공의회의 실천적 자선 교리를 시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틴토레토의 회화를 당대 사회 복지 제도의 변화와 예술적 담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Hyeyoun Baek (Fri,)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