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광복 이후 80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다. 80년 동안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며 영욕의 역사를 만들어왔으나, 권위주의 시대가 저물어 가던 때에는 과거의 제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기 마련이다. 국무총리제도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방탄총리’, ‘대독총리’ 같은 냉소적 표현은 국무총리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대신 받을 뿐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보니 국무총리 폐지론이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무총리제도는 1948년 제헌헌법 이래로 약 5년 7개월의 기간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줄곧 존재해왔다. 과거에 국무총리제도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게 운용되었던 적이 있지만, 국회와 대통령의 관계가 변화하면서 권위주의 시대에 비해 총리의 역할은 늘어났고 실질적인 위상은 강화되었다. 문제점과 한계지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도를 운용하면서 축적한 경험이 있으므로 앞으론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합당하다. 헌법은 국무총리의 역할을 일정 부분 보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총리 운용방식이 잔존하고 있다. 국회의 견제 기능이 강화되면서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에 제약이 생겨 총리 교체가 쉽지 않게 되었고, 대통령에 따라서는 총리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해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었다. 과거처럼 대통령이 국정 전반을 직접 통할하는 방식의 국정운영은 한계에 봉착했고, 대통령과 총리 간 국정운영의 분담은 필연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게다가 국회의 역할과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소수당 출신 대통령의 경우 국정운영 여건은 현저히 악화되었다. 최근 3년의 경험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와 파면이 연이어 발생하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최고권력자 중심의 일극체제는 단기적으로 국정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제도적 균형을 훼손하여 권력체계 전반의 불안정을 초래한다. 더 이상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국가 운영은 특정 인물의 역량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국정운영을 분담했던 시기에 국가적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사례가 권력분점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따라서 인사와 예산 등 중요 권한을 총리 관장사항으로 분점하는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고,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정치적 조정 장치가 필수적이다. 이는 2년 단위로 의원을 절반씩 선출하여 총선결과에 따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논의되어 온 분권형 대통령제의 경우 의회해산권과 정부불신임제을 새로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안이 되기 힘들다. 70여 년간 운용해 온 국무총리제도는 이제 한국형 대통령제에 부합하도록 재설계되어야 한다.
Jung-Hyun Kim (Wed,)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