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동부 내륙국가인 말라위에 위치한 잘레카 난민캠프(Dzaleka Refugee Camp)는 콩고민주공화국(DRC) 출신 난민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이들 대부분은 10년 이상 장기화된 난민들이다. 상당수는 고국 밖에서 출생한 1.5세 또는 2세대 청년들로, 고국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거나 전무한 채 성장하였으며, 민족 정체성을 포함한 자기 정체성 형성과 협상 과정에서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들 콩고 난민 청년들이 캠프 내 전통 민족 조직인 ‘루분가(Lubunga)’를 중심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체성을 구성하고 재구성하는지를 탐구한다. 루분가는 각 종족의 장로들이 언어, 역사, 규범, 전통 의례 등을 전수하는 비공식 교육기관이자, 상상의 공동체와 집단 기억을 생산하는 상징적 공간이며, 동시에 규범 위반에 대한 훈육과 처벌을 수행하는 통제기제 역할을 한다. 연구자는 말라위 잘레카 캠프에서 3주간의 현지조사를 통해 콩고 난민 청년 84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질적연구를 수행하였다. 성별로 구분된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 캠프 내 일상 공간(시장, 학교, 운동장 등)에서의 참여관찰(observation), 동행인터뷰(go-along interview)를 수행하였다. 조사 결과, 콩고 청년들은 루분가를 통해 종족 소속감과 문화적 유산을 경험하고 있었으나, 장로·남성 중심의 위계적 구조와 공개 처벌 방식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루분가를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도, 해당 규범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수용·저항·전략적 활용을 섞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나아가 청년들은 NGO, 학교, 교회, 말라위인 커뮤니티, 디지털 네트워크 등 다양한 제도와 공간을 넘나들며, 종족·난민·지역 청년·범아프리카 청년 등의 정체성 범주를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 연구는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청년 정체성 형성과 협상 과정을 분석하며, 특히 난민캠프라는 공간이 갖는 ‘리미널리티(liminality, 경계적 공간성)’에 주목한다. 잘레카 캠프 청년들은 ‘영구적 과도기(permanent liminality)’ 속에서도 루분가를 비롯한 다중의 공간을 통해 전통을 계승하고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공동체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행위주체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난민 청년을 수동적 인도주의 수혜자가 아닌, 난민캠프라는 리미널 공간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재구성하는 문화적·정치적 행위자로 재조명한다.
Sangmi Sung (Sat,)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