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광해군대 폐모론(廢母論)을 계기로 관직을 버리고 낙향(落鄕)을 선택한 백강(白江) 이경여(李敬輿)의 행위를 성리학적 사유에 기초한 정치적 실천의 한 형식으로 해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이경여 개인의 선택을 여강(驪江)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림 집단의 낙향 현상 속에 위치시키고, 이들이 폐모론을 정치가 성립하기 위한 근본 전제가 붕괴된 사건으로 인식했음을 밝혔다. 본고는 먼저 이경여 가문의 가계 전승과 교유 관계, 여강 사림의 인적 네트워크를 검토하였다. 나아가 『소학(小學)』 등을 매개로 형성된 도학적 정치 인식을 분석하였다. 기묘사림의 유산을 계승한 『소학』이나 『논어』의 사유는 군주 역시 사대부와 동일한 윤리 기준 아래에서 수신(修身)을 요구받는 존재로 인식하는 군주수신론(君主修身論)으로 구체화되었다. 즉 『소학』을 통해 효(孝)가 신분을 초월한 보편적 실천 기준으로 재구성됨으로써, 충(忠)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 구조 속에서 이경여에게 폐모론은 군주의 마음이 효를 통해 구성된 정치적 판단의 기준과 더 이상 합치되지 못함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이해되었다. 이에 사림의 낙향은 단순한 정치 참여의 거부가 아니라 정치가 여전히 성립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이며 정치 공동체의 재구성 과정이기도 하였다.
Yu-Heng Cui (Sat,)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