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스파이크 존스(Spike Jonze) 감독의 영화 〈그녀〉(Her, 2013)에 나타난 실체 없는 목소리의 영화적 의미를 고찰한다. 영화는 주인공 테오도르와 인공지능 사만다의 관계를 중심으로 육체적 형상이 결여된 상태에서도 목소리만으로 정체성과 감정,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시각 중심 매체로 이해되어 온 영화 개념을 재고하게 한다. 연구 방법으로는 미셸 시옹(Michel Chion)이 제시한 아쿠스메트르(acousmêtre) 이론을 적용하였다. 시옹은 목소리가 보이지 않을 때 편재성(ubiquity), 감시성(panopticism), 전지성(omniscience), 전능성(omnipotence) 의 네 가지 권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하며 사만다의 목소리는 영화 전반에서 이 권능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본 논문은 성적 교감 장면, 일상 대화 장면, 더블데이트 장면, 즉흥 작곡 장면, 다중 관계 고백 장면, 그리고 목소리의 부재 순간 등 주요 장면을 분석하여 목소리가 단순한 언어 전달을 넘어 관객에게 실재감을 부여하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정서와 관계를 중재하는 주체적 장치임을 확인하였다. 특히 화면 암전을 통한 청각적 몰입, 일상 대화를 통한 친밀성 구축, 사회적 장면에서의 실체적 효과, 음악으로 확장된 존재감, 다중 관계 고백에서 드러나는 전지성, 그리고 부재의 순간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목소리의 힘을 극적으로 부각시킨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관객은 시각적 동일시가 아니라 청각적 동일시를 경험하며 사만다와의 관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용자로 자리한다. 나아가 본 연구는 기존 국내외 연구가 주로 음악과 음향효과에 집중했던 청각 논의를 확장하여 목소리 자체가 영화적 경험의 핵심 요소임을 밝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더불어 인공지능 음성, 합성 음향, 가상 존재가 일상화된 동시대의 맥락에서 영화 〈그녀〉를 재조명하는 것은 목소리를 매개로 한 인간–비인간 관계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영화가 시각적 재현에 의존한다는 통념을 비판적으로 전환하며 실체 없는 목소리가 영화적 경험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음을 제시한다.
Park et al. (Fri,)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