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18세기 조선의 여성 지식인 사주당 이씨(師朱堂李氏)가 저술하고 그 아들 유희(柳僖)가 주석을 더한『태교신기(胎敎新記)』를 대상으로, 근대 이후 이 텍스트가 어떻게 읽혀왔는가라는 ‘독법(讀法)’의 문제를 탐구한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상반된 독법의 실체와 그 충돌 구조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첫 번째 독법은『태교신기』를 ‘근대 우생학의 단초’로 읽는 시선이다. 1936년 위당 정인보의 서문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듯, 이 독법은 텍스트의 일부 구절 — 남방∙북방 기질론, 부모의 허물 논의, 아버지의 도리 등—을 당대의 과학 담론, 특히 사회진화론 및 생물학적 결정론과 연결하여 텍스트를 인간 형질의 ‘개량’을 위한 지침서로 재해석한다. 본고는 이 독법이 텍스트의 ‘유기체적 관계론’의 세계관을 ‘기계론적 인과율’로 전환하는 환원주의적 오독임을 논증한다. 두 번째 독법은 텍스트를 ‘전통 심신 수양과 환경-성정(性情)의 유비(類比)’라는 본래의 맥락에서 복원하는 시선이다. 이 독법에 따르면, 태교신기에서 ‘기질(氣質)’은 고정된 유전형질이 아니라 수양을 통해 변화 가능한 역동적 개념이며, ‘감응(感應)’은 단순한 심리적 자극-반응이 아니라 어머니-태아-환경이 기(氣)를 매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적 원리이다. 특히 ‘감응’은 성리학적 인성론의 맥락에서 이중의 층위를 가진다. 협의로는 외물(外物)의 기운이 임부와 태아에게 전달되는 기의 상호작용이며, 광의로는 임부의 마음이 경(敬)으로 유지될 때 태아의 본연지성(本然之性)이 기질의 편벽됨에 의해 가려지지 않도록 보존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태교의 목적은 새로운 성품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이미 부여된 선성(善性)을 ‘지켜내는’ 윤리적 실천이다. 두 독법의 충돌은 단순히 어느 한쪽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관—기계론적 인과율과 유기체적 관계론—의 충돌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이다. 이 충돌 구조의 규명은 비단 『태교신기』 해석의 문제를 넘어, 전근대 동아시아 텍스트를 읽을 때 범하기 쉬운 인식론적 전용(轉用)의 위험을 경고하는 보편적 함의를 지닌다. 본고는 나아가 이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인『태교신기』 정본화∙학술 역주 사업에서 ‘독법의 범례(凡例)’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제안하며, 후속 과제로서 수용사(受容史) 연구, 원저와 주석의 층위 분석, 동아시아 태교 문헌 비교 연구의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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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ook Km
Japanese Cultural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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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ook Km (Tue,) studied this question.
synapsesocial.com/papers/69e9bb2285696592c86ed01b — DOI: https://doi.org/10.18075/jcs..98.202604.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