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산업디자인 조형의 핵심 원리로 작동해 온 모듈성이 오늘날의 감각·기술 환경 속에서 어떠한 수행적·의례적 구조로 전환되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산업디자인에서 모듈성은 오랫동안 효율성, 규격화, 반복 가능성에 기반한 기능주의적 원리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비가시화되고 사용자의 감각적 참여가 중요해진 동시대의 조형 환경에서, 모듈은 더 이상 단순한 구조적 단위에 머무르지 않으며 감각적 집중과 관계적 조율, 반복의 리듬을 조직하는 매개 구조로 새롭게 이해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전환을 고찰하기 위해 모더니즘 기계미학의 구조적 원리, 동아시아 다도의 절차적 미학, 수행 기반 디자인 연구(Research through Design)를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분석 대상은 연구자가 수행한 Silent Machine 프로젝트이며, 시각 기록, 수행 일지, 감각 메모를 교차 검토하여 모듈 조형의 물질성, 조작 제스처, 시간적 리듬, 감각적 몰입 구조를 분석하였다. Silent Machine은 산업적 규격화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모듈의 조립·해체·회전·삽입이라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기계적 질서를 감각적 수행과 의례적 반복의 구조로 전환하는 사례이다. 분석 결과, 첫째, 모듈성은 기능 중심의 구조를 넘어 감각적 안정과 집중을 유도하는 관계적·수행적 구조로 확장된다. 둘째, 모듈의 반복과 정합은 산업사회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상징하던 의미를 넘어 신체의 리듬과 감각 반응을 조직하는 의례적 리듬으로 전이된다. 셋째, 모듈 조작의 제스처는 형태의 완결보다 행위의 지속과 과정을 중심에 두며, 조형을 기술적 구조와 인간 행위를 매개하는 수행적 장치로 재구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의례화된 모듈성’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이는 산업적 조형 원리를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를 감각·행위·의미가 교차하는 수행적 조건 속에서 재배치하는 조형 전략이다. 본 연구는 산업디자인 조형 논의를 기능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수행과 감각의 층위로 확장하며, 수행 기반 디자인 연구의 이론적·실천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Eun Jae Lee (Thu,)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