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공통의 언어와 이성을 공유하지 않는 이들의 격전지가 된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폭력이 민주주의의 근본 조건으로 말해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찰은 2024년 12월 4일 자정 무렵, 국회 앞에 등장한 무기 없는 몸들에서 시작한다. 한파 속에서 무기 없이 함께 버틴 몸들, 그리고 그에 멈칫하여 머뭇거린 몸들은 왜곡된 권력 의지가 출현시킨 폭력을 흔들어 균열을 일으켰다. 그 균열을 비집고 들어간 몸들이 헌법적 시간을 붙들고 폭력을 헌법적 절차와 언어로 제지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거로서의 헌법에 숨을 불어넣는 것, 즉 헌법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폭력을 거부하는 무기 없는 몸들임을 현시한다. 본고는 레비나스의 관점에서, 몸들의 비폭력을 정치 프로그램이나 정치적 전략이 아닌, 그에 앞선 몸을 가진 모든 존재자의 윤리적 심성으로 해석하고, 그날의 몸들을 윤리로서의 비폭력 -폭력을 거부함-이 민주주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조건이자 질서임을 말해주는 하나의 현상학적 사건으로 새긴다. 이는 이기주의적 생존 경쟁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오늘날의 신자유-민주주의의 현실에 레비나스가 말하는 책임의 윤리를 어떤 식으로 절합(articulation)시킬 수 있는지 그려보려는 시도다. 그 출발점은 갈등을 삶의 존재론적 조건이자 사회와 정치의 가능성으로 파악하는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의 급진 민주주의 담론이다. 그들의 논의는 정치적 담론과 비폭력-몸의 비연속적 연결을 뒷받침할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들의 아나키즘적 전제는 폭력에 대한 비폭력의 우선성을 제한한다. 이에 레비나스의 ‘무-시원(an-archie)’을 도입하여 무질서적인 것을 보존하는 사회적인 형식으로서 법정, 즉 (무)질서적 법정을 상정한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12·3 비상계엄의 정치적·역사적 맥락을 검토하여 신자유주의적 통치-합리성을 동시대적 폭력의 규범적 근거로 적시하고, 다르도와 라발의 분석을 참조하여, 신자유주의적 합리성이 극단적인 이기주의적 존재성으로 수렴함을 드러낸다. 4장에서는 폭력과 그 존재성을 고발하는 법정을 구성하고 고발의 도식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을 그려본다. 여기서 핵심 문제는 (무)질서적인 법정이 내리는 판단의 정당성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 선행 조건을 밝히는 데에 있다. 이에 레비나스의 『존재와 달리 또는 존재성을 넘어』의 논의에 의거하여, 폭력을 금지하는 법정을 가능하게 하는 책임의 심급으로서의 ‘육화’를 제시한다.
Na-Won Kim (Sat,) studied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