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고체 언어”(문자/텍스트)와 “유동 언어”(이미지/시각)의 변증법을 통해 동서양 문명 간의 융합을 탐구한다. 16세기 말~17세기 초, 마태오 리치를 비롯한 동료 선교사들이 시도했던 ‘이미지 선교’ 전략은 그가 엘리트 계층만을 상대로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중요한 단서다. 글자를 모르는 백성을 상대로 그리스도교 신앙이 막연한 대상을 신봉하는 게 아니라,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을 향한다는 메시지로 활용하였다. 그런 점에서 상(像)은 문(文)을 포괄하는 언어로 동서양 교류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리치 이후, 50여 년간 북경에서 궁정화가로 활동한 주세페 카스틸리오네의 화풍과 원명원의 서양루는 서양의 이미지를 동양에 전한 대표 사례가 되었고, 반대로 17세기 내내 선교사들이 전한 중국 정보를 토대로, 영국식 정원(English Landscape Garden)의 샤라와기(Sharawadgi)와 ‘하얀 금’으로 알려진 중국식 도자기는 중류(Chinoiserie)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교류를 통해 동서양이 지닌 각자의 고체성은 상대의 액체성으로 인해 변형, 해체, 융합되면서 근대화의 길을 걸었다. 서양의 이미지(액체 언어)가 동양의 문자(고체 언어)를 포괄하였듯이, 동양의 합리적 고체성은 서구의 감각적 액체성을 응고시켰다. 그런 점에서 리치는 단순한 지식인이 아니라, 처음으로 ‘사용자 중심 사고(Design Thinking)’를 실천한 인물이었고, 그의 ‘이미지 전략’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걸 넘어, 타자의 눈높이에 맞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의 선구자였다고 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의 과잉 시대를 사는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리치의 유산은 역사 연구를 초월하여 인류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의 “거대한 회귀”를 나타내기에 현대 디지털 문명과 연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흐름 속에서, 고체와 액체가 만나는 바로 그 경계에서 ‘세계 시민적 미학’은 최종 실현될 것이다.
Hae Kyung Serena Kim (Thu,) studied this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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