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조선 개항 초기 조일무역의 전개 과정에서 일본 국립은행이 수행한 역할을 분석하고, 기존 연구가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하지 못한 개항 초기의 무역 구조와 금융 실무의 측면에서 금융기관의 조선 진출을 재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종래 연구에서는 제1국립은행을 비롯한 일본 금융기관의 조선 진출을 제국주의적 경제 침투 및 식민지 금융정책의 전개 과정 속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였으며, 특히 1890년대 이후 형성된 ‘면미교환체제’를 전제로 개항기 금융 활동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개항 초기 조일무역이 직면한 구체적 경제 조건과 금융기관이 수행한 실무적 기능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개항 이전 조일무역은 쓰시마를 매개로 한 제한적 교역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으나, 개항 이후 일본과 조선 각지의 상인들이 무역에 참여하면서 기존의 신용 기반 거래 구조는 약화되었다. 또한 한전 부족, 환율 변동, 원격지 간 결제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환전과 환거래 기능을 수행할 금융기관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본 논문은 이러한 경제적 조건과 밀접한 관련 속에서 일본 국립은행의 조선 진출이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특히 제1국립은행과 제18국립은행 간의 화환어음 거래를 분석한 결과, 일본국립은행은 단순한 자금 중개를 넘어 상품의 운송 ∙ 보관 ∙ 매각까지 관여하는 무역상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제18국립은행의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1878년부터 1887년까지 화환어음 취급 규모는 약 50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그 대부분은 조선과의 거래였다. 이러한 금융 거래는 상하이에서 나가사키를 거쳐 조선으로 재수출된 면직물과 조선으로부터 일본으로 유입된 곡물 ∙ 해산물 ∙ 금속 등의 물류 흐름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었다. 즉 일본 국립은행은 나가사키와 조선을 연결하는 구간에서 자금과 상품을 동시에 매개하며 면직물 중계무역 구조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행위자로 기능하였다. 이상의 분석은 개항 초기 일본 금융기관의 조선 진출을 이후의 식민지 금융지배로 연결되는 과정으로만 파악하기보다, 당시 조일무역 구조의 변화 속에서 발생한 결제 ∙ 환전 ∙ 신용 문제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나가사키를 중심으로 한 조일무역이 상하이를 축으로 하는 동아시아 국제무역 네트워크의 일부로 전개되었음을 밝힘으로써, 개항기 조일무역과 금융의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하였다.
Min Kim (Sun,) studied this question.